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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記/구직일기

[취준일기] 점점 망해가는 회사

by 발상 2023. 7. 9.

현재 회사에 들어온지 수 개월, 그동안 회사는 차근차근 망해가고 있다.

1. 협력업체 대금 미지급

입사한지 3개월쯤 되었을 때 내가 원했던 팀으로 이동했다. 그때부터 직접적으로 협력업체들과 교류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몇 개월 째 대금 지급이 되지 않고 있다. 어떤 업체와는 착수금 미지급으로 한 달여를 끌다가 엎어져서, 원래 구상해놓았던 계획이 모두 틀어졌다. 나보다 사회경험이 많은 매니저님이 "이상하다. 왜 대금 지급이 안되지."라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데, 대금 지급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찜찜하지만 덮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달 전 쯤 다른 팀에서도 수 개의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2. 복지 축소

유일한 복지였던 커피 회식이 사라졌다.

3. 인원 감축/임원 영입

세 달에 걸쳐 한 소규모 팀을 다 날려버리면서 회사를 불안에 떨게 만들더니, 지난 주에 가장 인원이 많은 팀이 절반으로 축소되었다. 다음 주가 되면 그 팀은 다시 절반으로 축소된다. 그런데 밖에서 임원급 인원은 계속 데려온다. 한 달여의 시간동안 3명을 데려왔다. 그들이 뭔갈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4. 눈치 빠른 사람의 퇴사

회사에 한 번 악재가 터진 이후, 갑자기 팀장급 한 명이 퇴사를 통보했다. 평소 그 사람은 업무 능력은 떨어졌지만, 생존을 향한 눈치(감각, 처세) 하나는 대단히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돌연 퇴사를 결정하는 것을 보고, 나도 이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5. 국민연금 연체

국민연금이 두 달 이상 연체되었다. 국민연금은 세 달 이상 연체되었을 때 집으로 고지서가 발부된다(건강보험은 한 달만 연체되어도 그렇다). 이번 달까지 연체가 되면 집으로 고지서를 받아보게 될 것이다. 여태 아무도 국민연금을 조회해볼 생각을 못하다가, 최근 XX팀의 누군가가 그 사실을 발견했다. XX팀에서 입을 타고 모든 회사로 전파되는 중이다. 놀라운 점은 국민연금을 연체하기 시작한 시기에조차 새로운 사람을 뽑았다는 것이다.

6. 월급 지급 연기

지난 달 월급이 영업일로 하루 미뤄졌다.

7. 출퇴근 버튼 소실

이번 주 금요일 오후, 회사 인트라넷의 출퇴근 버튼이 사라졌다.


마구 써내려가다보니 무슨 스릴러 소설 같아졌다.

아직 해고 통보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체류파와 이직파로 나눠졌다. 그동안 회사에서 회식비를 대지 않아 굳이 모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사비를 내가면서 함께 술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

개인적으로 내가 보기에는 회사가 침몰하고 있다는 게 이보다 더 명확할 수 없는데, 자신들은 '잘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다른 사원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세 달여 동안 나는 이직을 준비했다. 세 달이나 흘렀는데, 마땅히 성과가 없어서 여기 남아있다는 게 웃프다. 하지만 연차를 써가며 몰래몰래 하려니 이력서를 난사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음 주에 최종 면접을 하나 앞두고 있다. 합격해서 무사 탈출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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