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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

[일상일기] 최적화의 함정

by 발상 2025. 2. 9.


눈이 무지 많이 온 요즘.
곧 입춘이라는데도 계속 눈이 온다.
동네 애들은 너도나도 썰매 끌고 나와서 썰매를 탔다.


회사에서 밖을 봐도 눈이 온다.


설에 집에 가니 어므니가 나 수고한다며 딸기시루를 사러 가자고 하셨다.
대박….
어렸을 때는 근검 절약하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생일 때도 작은 조각케이크 사서 조용하게 보냈는데,
이제는 별일 아니어도 과일 케이크를 사서 축하한다니.
지갑도 맘도 여유로워진듯 하다.


내일 회사에서 먹을 도시락을 싸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시락을 싸는 게 재료비도 그렇고 들어가는 시간도 있는데 나는 왜 도시락을 쌀까.

물론 식비가 좀 절약되기는 하지만 아껴지는 만큼 고급 재료를 사고 요즘은 평균적인 재료값도 올라가서 밖에서 만원 안짝의 밥을 먹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재료부터 내가 직접 고심해서 고르는 과정을 거쳐서 내 입에 집어 넣으면 그 자체로 나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효능감이 느껴진다. 무항생제 고기, 국산 양파, 직접 빻은 마늘, 할머니가 덖어주신 소금, 무농약 고춧가루, 난각 1번 방사 계란. 항상 이러지는 못할 때도 있지만 어차피 요리해서 나 하나 먹이는 것인지라 가능한 만큼 먹는 것에 투자를 하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뉴욕털게님의 영상을 꾸준히 보고 있다. 박사 졸업을 7년 미룬 ‘미루기 전문가’로서 미루기에 담긴 심리를 얘기한다. 최적화의 함정이라는 주제도 자주 나온다.
한마디로 자기 인생을 최적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통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본인이 보통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의 기저에서 올라온다. 또 본인이 원하는 게 분명하지 않아서도 그렇다.


연휴에는 심한 감기에 걸렸던터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계속 동물 다큐멘터리만 봤다. (호랑이, 펭귄, 코끼리, 늑대…) 그러다 인사이드아웃2를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인상 깊은 내용이 나왔다.

불안이의 모습이나 사고 방식이 너무나 나와 유사한 것이다.
상상의 힘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데 전부 쓰고, 그걸 막기 위해 과도하게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힘 있는 사람에게 비굴해지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자기계발을 하고….
정말 내 머릿속을 들여다 보는 듯했다. 더 놀라운 건 이게 이미 학계에서 명백하게 밝혀진 불안이라는 감정의 일반적인 양상이라는 것, 영화화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감정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나의 행동이 불안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 요리를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에 있어 계산적인 건 좋지 않다고 하면서 나에겐 지극히 계산적이었구나. 계산이 들어가면 거기엔 가치보다 착취가 남는다.

요즘에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존재만 하자”라고 생각하면서 힘을 빼는 연습을 한다.
효과는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자기 전에 끊임 없이 유튜브나 sns를 들어가는 습관 또한 ‘뭐라도 해야한다’에서 나온 것이다.

암튼
이래저래 드는 생각 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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