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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記/인턴일기

[인턴일기] 대기업SI와 컨설팅펌은 어떻게 다를까

by 발상 2025. 2. 2.

원래 이 둘은 하는 일이 달랐다. 하지만 컨설팅펌이 점점 수주하는 프로젝트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기능면에서 유사해졌다.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서 전략을 짜주는 일을 넘어 실무까지 수주받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대기업SI 2년차인 개발자 친구와 밥을 먹었다. 얘기하다보니 친구와 컨설팅펌에서 일하는 내가 하는 일이 거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고객에게 요구사항을 받아서 개발자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요즘 대기업SI의 트렌드가 개발 자체는 베트남 개발업체에 외주를 주고 한국 본사의 직원들은 그 외주업체를 관리하는 업무에 투입한다고 한다.)

컨설턴트는 개발을 모른다. 테크 컨설팅의 경우 컴퓨터공학 혹은 산업공학을 졸업한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그들도 커리어 초기부터 컨설팅으로 입문하였다면 개발의 대략적인 방향성만 이해할 뿐 개발 능력은 없다. 그렇다면 개발자 중심이어야 할 테크 컨설팅 방면에서 컨설팅펌이 개입할 수 있었던 역량은 무엇이었을까. 대기업SI와 다른 점은 뭘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를 적어본다.

첫째, 외국어 능력

컨설턴트들은 외국어를 잘한다. (그런 사람을 뽑는다.) 기본적으로 외국어든 화술이든 언어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방면에서 훈련을 받는다. 반면 개발자들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낮은 경향이 있다. 주변 코어 개발자들이 하소연하는 주제는 대부분 영어였다. 외국어가 중요한 이유는 국가 단위 프로젝트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현업과 의사소통하며 요구사항을 뽑아내려면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 보면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부문에도 꾸준히 수요가 있다. (하지만 할 줄 안다는 걸 들키면 프로젝트에 끌려갈 수 있으니 주의)

둘째, 소통 능력

컨설턴트들은 외양 뿐 아니라 말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정장을 입고(특히 금융) 신뢰감을 전달할 수 있는 어조로 말할 것을 권장한다. 이런 점들이 고객들의 호감을 사는 데 기여한다. 또한 PPT를 그리는 것도 결국 소통이다. 새로운 비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둘째, 비즈니스 이해도

개발자들의 경우, 기술적 타당성 검토에 집중한다. 그쪽에 초점을 과하게 맞추다보면 경영,마케팅,영업, 디자인적인 시각과 마찰이 일어나게 된다. 개발자들은 항상 안된다고 말한다, 라는 짤이 한참 돌아다녔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개발자는 요건을 듣는 순간 가능 여부가 어느 정도 보인다. 그렇기에 '안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컨설턴트는 그러면 안된다. 경영진(고객)이 분명히 원하는 것이 있는데, 듣자마자 '안돼요'라고 말하는 것은 프로젝트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Never say no!)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에 맞게 다시 소통하고 프로세스를 짜고 우회로를 발견해내야 한다.

셋째, 제네럴리스트

이 업계에 들어와서 크게 느끼는 것인데 컨설턴트는 제네럴리스트다. 입문하기 전에는 컨설팅이라고 하면 그 분야의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기업의 전략을 짜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전문성'(구체적으로는 실무력)이라는 것은 컨설턴트한테 중요한 영역이 아니다. 물론 금융, 제조, 소비재 같은 커다란 업계 구분은 존재할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직무(인사, 영업, 마케팅..)까지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컨설턴트는 어느 곳이라도 적용될 수 있는 비즈니스적 논리와 스토리텔링, 프로세스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테크 컨설팅쪽에도 진입할 수 있다. 요즘에는 테크과 비즈니스가 서로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함께 가는 경향이 짙어졌다. 개발자들이 비즈니스 사이드에 관여하는 정도가 높아진 만큼 컨설턴트도 테크쪽에 접근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기업SI와 컨설팅펌은 겉보기에 비슷한 일을 하지만, 접근 방식과 핵심 역량에서 차이가 있다. SI는 개발자 기반으로 기술 구현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컨설팅펌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서로가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한 계속해서 두 영역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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